당신과 나는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2년 동안 준비했었던 공인노무사 2차 시험에 대한 불합격... 28살이란 나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도로 느끼게 하였다. 또한 2년이란 시간을 시험만을 위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란 사실은 나를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상담센터를 알게 되었고 개인상담을 신청하였다. 상담 선생님의 첫인상은 옆집 아줌마와 같이 포근하고 친근하였다. 매번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에게도 원하는 차를 권유해 주셔서 한결 마음이 편안하였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상담이란 어떤 조언을 듣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의 90%는 나의 의지에 따라 이야기를 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때에 상담효과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선생님은 적절한 때에 알맞은 질문을 해 주셔서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상담시간에 상담선생님과 나의 대화는 조화를 이루었고 그 가운데 편안함을 느꼈다.
또한 일시적인 문제를 해소하려한 의도와는 다르게, 상담을 통해 내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감정을 인지하는 방법’으로, 나는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도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합리적인 성향이라 생각했기에, 의도적으로 감정의 표출을 줄이고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감정 역시 이성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담 초기에 감정 일기를 쓰는 방법을 배우며 현재 나의 감정의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며 감정 인지의 중요성을 배웠다. 두 번째는 ‘불안감을 인지하는 방법’이었다. 내 삶은 매번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미래의 나는 실패할 것이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놀거나 혹은 쉴 때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그 자체만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불안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정도나 빈도 측면에서 매우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 불안감이 들 때 그에 따른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원인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내가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자존감의 향상’으로, 상담선생님께서 나의 불안 및 초조함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낮은 자존감에 대해 말하셨다. 당시 나는 자존감의 개념도 몰랐으며, 막연히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존감의 개념을 이해하고 알게 되면서 내가 자존감이 낮은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하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감정일기를 쓰고 감정에 변화를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연습을 상담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내가 어떠한 상황이든지, 무엇을 성취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인간 자체의 본질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 우리 집에 큰 경사가 생겼다. 큰누나가 결혼 후 몇 년 동안 임신소식이 없다가, 최근에 쌍둥이를 건강하게 임신을 했다. 그 소식에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너무 기뻐했고, 작은누나는 기쁜 눈물을 흘렸다. 그 쌍둥이들이 지금 당장 더 좋은 학업 성적을 냈기에, 또한 더 좋은 직장에 입사한 등의 이유로 가족들이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존재의 탄생만으로도 우리들을 기쁘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어떠한 인간이든 자존감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이제는 졸업생이지만, 때때로 재학생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후배들이 대학생활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질문할 때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한다. 개인 상담이면 더 좋을 것이고, 그룹상담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학생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정신력이 약하거나 혹은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상담실에 방문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 같다. 지금 고민하며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한 걸음의 용기를 내어보길 바란다. 상담이 끝날 때쯤에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이 변화된 당신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